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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룩

Grene 2025. 6. 23. 09:07

생각이 많고 변덕이 많은 나는
한 때 패션계에서 일하고 싶었더랬다.
20대 초중반까지 옷이 정말 많았고,
지금의 옷은 무채색도 많지만
그 때의 옷장은 심히 알록달록했다.
독특하지 않으면 싫었으니까.

첫 회사는 시계 판매 쇼핑몰이다.
이는 패션계로 가보고자 했던
나의 나름 패기 넘쳤던 첫걸음이었다.
인생이란 길을 걷다보니 어느 새 나의
옷은 채도가 약해져 갔고
나는 마케팅이란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패션광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나에게 패션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이는 나의 개성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자유를 대변하기도 한다.

지난 주에는 지적을 받았다.
검은 셔츠에 회색 슬랙스, 카라멜 색 벨트와
벨트와 비슷한 색의 구두로 포인트를 준 복장으로
그들이 정해준 드레스 코드 안에서
나만의 개성을 뽐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깔끔한 비즈니스 룩’과
나의 것이 상충했다.

나는 ‘깔끔한’ 비즈니스 룩을 입었지만,
그들의 눈엔 깔끔해도 ‘비즈니스’룩은 아니었나보다.
여자는 상관없지만 쉽게 말해 남자는
모나미룩을 입으란 얘기였다.
진작 말하지… 여긴 모나미 펜만 쓴다고..

오늘 아침에 옷장을 여니
흰 셔츠는 한 장 남아있고 받쳐 입을
하얀 티셔츠는 세탁기에 눅눅하게 박혀있거나
건조장에 축축하게 축 널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몸 만들면 입으려고 산
옆구리까지 파인 헬창 과시용 민소매를 입었다..
그저 오늘 겨드랑이에 땀이 안나길 바라면서..

그래 어딜가나 드레스 코드는 중요하고,
TPO에 맞게 입는 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내가 가진 기준과 다를 경우
난 모든 색을 잃어버린채 개성을 뺏긴 듯한
상실감과 자유를 억압받는 느낌마저 든다.

사실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가만 들어보면 딱딱한 복장 규정이
사실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 지금도 그런 것이고,
그러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맞다. 중이 떠나야지 절이 싫으면.
근데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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