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인생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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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과 호기심을 피우고 감정을 방출한다.

Grene 2026. 3. 9. 08:30

내가 담배를 처음 입에 댄 것은 군대에서였다. 나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억눌린 아이였다. 돌이켜 보면 이는 나의 기질과 환경이 만든 환장의 결과였다. 억눌린 감정과 자아가 폭발하기 시작한 시점이 딱 군대에서였다.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군대라고 불리는 곳에 억지로 끌려가 부모님에게서 떨어져 생활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이 싫었다. 대한민국 건장한 남자 중에서 군대를 좋아하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냐마는 나는 유독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에 민감한 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삼켜야 하고, 남들과 같은 군복을 입어야 하며, 내가 머리를 기를 수도 없고, 내가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모든 자유를 억압당한다. 이 모든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의 대가는 시급 천 원. 정말 싫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단점과 장점이 공존하는 법. 나를 성장시켜준 것 또한 군대였다. 부모님이 여린 나를 사랑으로 온실 속에 화초처럼 길러주셨지만, 그 영향인지 스트레스에는 매우 취약했다.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사회는 맹혹한 야생 그 자체였다. 이때, 나의 억눌린 자아와 모든 감정이 뒤섞이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보초를 설 때 수 많은 별과 벗하면서 스스로 나눴던 대화와 수많은 고뇌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짬이 안 됐을 때는 적응하기 바빴고, 짬이 조금 찼을 때 여유로워지니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시점이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남들에게는 호기심에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여태까지 못했던 반항, 일탈, 감정분출을 담배 연기로 내보냈던 것이다. 여기에 어린 시절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멋 부리기과 약간의 허세가 서투른 연기로 뿜어져 나왔다.

 

제대 이후에는 담배를 오랜 기간 끊었다. 그 약간의 호기심에는 '내가 담배에 중독이 되긴 할까?'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애연가들이 말하는 기준에 가까운 중독이 되진 않았다. 그렇다고 적게 피진 않았었다. 안절부절 못 하거나 불안해진다던가 하는 그런 금단 증상은 없었기에 끊는 게 어렵진 않았고, 7년 동안 담배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지금 회사에서는 80~90%가 흡연자라 흡연 충동이 자주 들기도 했고, 이 회사에 들어와 일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 때마다 의지할 대상이 없어 담배 연기에 한숨을 섞어 감정을 해소했다.

맨 처음에는 힘들 때마다 피자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습관적으로 피고 있는데 친목을 위해서, 때로는 기쁜 일을 나눌 때, 힘들 때, 머리 식힐 때 피기 때문에 담배를 처음 피울 때와는 다른 이유와 기분으로 피고 있다.

 

내 느낌에는 지금 이 회사에서, 이 회사 사람들과 멀어지면 담배를 끊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숨을 쉴 일이 없을 때, 감정을 방출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이용해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될 때, 그때는 담배와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