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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기억 속의 추억

Grene 2026. 6. 29. 02:02

나의 어렸을 때 기억은 대부분 안 좋은 기억이다.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이 각인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설상가상으로 불안한 가정환경은

예민함을 증폭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불안함과 다스리고 예민함을 무디게 만드는 데에

나의 20대를 바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안 좋은 기억은 기억 저장 공간 안에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가
힘든 순간 튀어나와 나를 늘 괴롭혔다.

 

때로는 급발진으로, 때로는 방어 기제로 발현되었고,

이 예민함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배움에 힘써 보기도 했다.


어린 날의 상처는 마치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았고,
흐려지지 않는 사진과도 같았다.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노력 끝에
낙천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쁜 기억을 저장하지 않는 정도에는 이르렀다.

 

가족과 싸우고 나서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 못 하는 나 자신을 보고

신기하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만 같아서.

예민함을 덜어내고 나니
안 좋은 기억 안에 파 묻혀 있던
좋은 기억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드러냈다.

엄마 친구와 점심을 먹고 나서
동그란 인형을 한 번에 뽑아 기뻤던 기억,
스키장에서 가족들과 보냈던 기억 등 말이다.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강구하던 중
이상한 종교 단체에 속할 뻔하기도 했다.

이때, 소중한 인맥을 잃기도 했지만,

소득이 있다면 귀중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사실상 이때가 큰 전환점이었는데,

내가 이상한 종교 단체까지 오게 된 것도

사랑과 정이 부족해서였다.

 

하지만, 나에게 사랑을 주었던,

정을 베풀었던 사람들이 늘 있었다.

안 좋은 기억 무더기 안에 가려져 있었을 뿐.

잘못된 이상한 교리를 나누는 그들도
결국 사랑이 부족해서 그곳에 모인 것이다.

 

나는 이젠 그들을 떠나왔지만,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까지

안 좋은 기억으로 치부하고 싶진 않다.

 

그저 그들도 얽히고설켜 있는 끔찍한 기억 속에

사랑과 정을 끄집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 좋은 기억 안에도 추억은 서려있는 법이다.